오늘 있었던 일.

아침 유도를 마치고 친구와 그냥 이야기하면서 놀다가 시계를 보니 어언 10시 30분....

친구가 11시에 수업이 있다기에 강의실 앞까지 따라가주기로 했습니다.[제 수업은 2시]

친구 수업이 한시간짜리라 다른 곳에 가긴 좀 시간이 없을 것 같고 그냥 있자니 심심할 것 같아

거기엔 ※정보실 같은게 없냐고 물으니 자기가 수업 듣는 강의실 바로 옆이 정보실이라더군요.

※멀티미디어실 [ 다 아시겠지만 시간 때우기 좋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친구를 따라 갔습니다.

강의실은 꽤 높은 4층에 있더군요.

가는 도중

' 보통 정보실은 1층이나 2층같이 낮은 층에 위치하고 있던데 여긴 특이하게 4층에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도착해보니 정말로 강의실 옆에 컴퓨터가 쭉 놓여있는 방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친구는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들어가고 전 그곳에 앉아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오기도 힘든 이런 정보실에 갑자기 사람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방 안은 빈자리가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가득차게 되었고...

저는 여긴 컴퓨터도 별로 안 좋고 오기도 힘든데 왜 이리 인기가 많나....하며 계속 서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약 15분 뒤에....잠시 앞을 바라보니...

교수님이 계셨습니다.[정확히 말하면 강사일려나..]


헐...이게 뭔가요. 여기 정보실 아니었나요?[...]

결정타는 교수님의 한마디.

"오늘은 출석률이 굉장하네요. 한 명은 못 온다고 연락 했으니 그 친구빼면 전원 출석인가요. 다 모였으니 문을 닫죠"

문을 닫죠...문을 닫죠..문을 닫죠....머리 속에 울려퍼지는 메아리...

그렇게 문은 닫히고...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앞 줄에 한 자리 빼고 가득 찬 방.[이제는 강의실]

순간 머리 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들...



방안 1. 지금이라도 "교수님 저는 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닙니다!" 라고 외치고 강의실을 나간다.[X]

예상 결과: 타이밍을 놓쳐 교수님도 뻘쭘하고 나도 뻘쭘하고 학생들도 뻘쭘해진다.
제길...미리미리 주위를 살펴 빨리 빠져나갔어야 하는 건데...필요없을 때만 발휘되는 놀라운 집중력..ㅠㅠ
어쨌든 자칫하면 흔히 얻기도 힘들다는 이뭐병 타이틀을 획득할지도 모르니 포기.

방안 2. 몰래 강의실을 빠져나간다.[X]

예상 결과: 교수님이 자꾸 돌아다니고 계시는 걸 보니...자칫해서 걸리면 1의 상황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음.
이것도 포기.

방안 3. 종족 특성인 은신 기술을 사용해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숨어있는다.[X]

예상 결과: 형광등의 환한 빛으로 인해 사용불가.될리가 없잖..

방안 4. 지금 나가긴 뻘쭘하다. 어차피 수업도 없는데 얼굴에 철판깔고 그냥 수업 끝날 때까지 학생인 척 연기한다.[O]

예상 결과: 아, 몰라. 


결국 4번을 선택[...]


어차피 그 많은 학생을 다 외우지도 못할테니 그냥 공부하는 거라 생각하고 있어보자! 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수업 내용을 보니...

파워 포인트로 결과물 제출하기 !!!

십라...왜 하필 제일 못하는 파워 포인트에 그것도 연습도 아니고 오늘이 제출인가요...ㅠㅠ

지금이라도 그냥 나갈까...하다 전원 출석이라고 기뻐하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핑계는..

그래서 차트를 만들라고 하시면 예전의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서 차트를 만들고...

원을 그리고 음영을 넣고 어쩌고...라고 하시면 나름 열심히 따라하며 뭔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도 역시 안 배운 사람은 티가 나는 건지 가끔 뒤에 서서

교수님이 "~하고 ~하면 더 나을텐데.." 라고 지적하시면 " 아 그렇군요." 하며 맞장구도 치며 수정도 하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타이밍에는 절묘하게 다음 페이지로 넘겨 결과물을 숨기며 차근차근 시간을 채워갔습니다.

물론 옆에 뜨는 작은 창은 미리 닫아두며[...] 태클 걸릴 만한 건수들은 미리미리 제거.

이렇게 하루같던 기나긴 한 시간은 지나가고....

시계를 보니 이제 5분 전.... 보통은 10분 전에 수업을 마치는데 좀 늦네...그렇지만 곧 마치겠지...라 생각하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교수님의 한 마디.

"여러분 이까지는 조금 어려웠죠? 다음엔 쉬운 걸로 할까요? 어려운 걸로 할까요?"

속으로 당연히 다음엔 쉬운게 좋지...라고 생각하다....

뭐...뭥미? 수...수업이 아직 남은건가?!

그렇습니다. 그 수업은 한 시간 수업이 아니라 두 시간 연강이었던 것이죠[...]

머리를 부여잡고 좌절하는 도중에 또 하나의 사건 발생 !!

아까 미리 연락을 하고 안 오기로 했다던 학생이 갑자기 수업에 참여한 것...

아까까지야 원래 한 명이 빠지기로 했으니 결석한 사람이 와도 별 상관 없지만.... 이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학생이 오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것은 안 봐도 뻔한 문제..


[예상]

학생 A: 교수님 자리가 없습니다.

교수 : 그럴리가 없는데...

aerial: [먼산]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결국 두 배로 불어난 불안감을 가슴 속에 가지고 고통과도 같은 시간을 뻔뻔함 하나로 버티다 결국 전원 출석이라는

결과에 만족한 교수님의 자비로 30분 일찍 마쳤습니다.[실제론 한 명 결석이지만.]


대략 이런 기분.
 
마지막에 나가며 교수님께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하며 내 자신에게 속으로 '너도 참 수고했습니다..' [먼산]

그러고나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다 이 일을 말해주니 괴인이라더군요.

뭐...인정합니다. 저는 좀 괴인. ㄳ


ps. 정보실이라고 사기 친 서XX 나와보니 너 안 보이더라. 보이기만 해봐라. =_=;;;

ps2. 누군지는 몰라도 저 때문에 출석 땜빵. 수업을 안 들어갔는데 출석이 되어 있다면 마음 속으로 감사하시길[...]
 
ps3.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교수님 파워포인트 많이 배워갑니다.[먼산]

by aerial | 2008/03/26 23:41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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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트 at 2008/03/27 20:50
수업 끝나고 자다가 다음 수업 교수가 깨워서 나간 기억이 떠오릅니다. (OTL)
Commented by aerial at 2008/03/28 00:09
전 아직 그런 경우는 없는 것 같군요.;;;;
Commented by 말쑤 at 2008/03/30 21:59
아 - 코믹한 상황이네요;; 전 구석에 있는 강의실을 못찾아서 수업을 못들어갔던적이 한번 있었지요 ... -ㅅ- 친구가 복학생티낸다고 구박했었죠;;
Commented by aerial at 2008/03/31 00:01
예, 따지고 보면 그냥 눈총 받고 나가도 되는 상황인데 괜히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1년을 넘게 다니고도 아직 강의실을 못 찾는 일이 많아요[...] 길치란 건 대학 안에서도 변하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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